날씨가 추워지면서 1993년도에 생산한 남간차장의 토림패 봉황타차를 꺼내 들게 되었습니다.
알다시피 봉황타차는 하관타차와 더불어 沱茶歷史의 양대산맥을 이루는데요.
93' 봉황타차는 무량산차구의 1급~3급 사이의 원료로 제작된 경발효숙차입니다.
반생반숙이라고도 하고, 3분생숙차라고도 하지요.
무량산맥 북쪽에 南澗茶廠이 있는데 그 지역의 특징이 바람이 강해,
차엽은 작고 두터워서 독특한 향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94년도 부터는 봉황타차가 중발효숙차로 제작 되어서 맛이 다르게 되었습니다.
홍콩으로 수출하면서 홍콩인의 입맛에 맞추어서 그렇게 중발효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그 당시엔 발효기술이 안정이 되지 않아서 매년 다른 맛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유일무이한 맛의 '93년 봉황타차를 만나볼까요.
모양이 이쁘게 만들어진 타차입니다.
쌍봉황이 상서롭게 마주봅니다.
차맛도 상서로울까요.
단단하네요.
흙이 돌이 되도록 긴 인내와 기다림으로 자신을 성숙시켜 왔는가 봅니다.
이렇게 돌처럼 굳세게 이십 몇 년 동안.
깊이 보이차칼을 넣을 때 무언가 광석을 캐내는 듯, 보물을 찾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기 대 만 만~
유리다관에 10g정도 넣습니다.
주카카이(中華街)에 가서 노닐다가 맵시 있는 크리스탈이 한 눈에 들어와서 그냥 업어왔습니다.
차맛이 투명하게 살아나오기를 바랍니다.
사진에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백상이 아니라 빛의 굴절로 희게 보입니다.
건창보관의 진년 숙차입니다.
장향이 가볍게 흩날립니다.
홍색의 수색이 마음에 울림을 줍니다. 지잉~
이 느낌은 아는 사람은 알지요.
첫잔.
앗! 너의 정체는 뭐냐? 이게 숙차인가요~
30년 정도된 생차맛이 납니다. ㅎㅎ
목넘김이 부드럽고 입 안을 꽉 채우는 구감이 만족스럽습니다.
맑고 깊은 진향이 후운으로 따라 옵니다.
둘째,세째잔에서 역시 진향과 함께 밀향이 온몸으로 젖어듭니다.
연꽃향도 뒤돌아와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가슴이 환하게 열리면서 숨이 명치까지 내려갑니다.
"그래 이 맛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네째 다섯째잔. 단맛이 더 진해지면서 꿀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곰삭은 맛과 꿀향의 어울러짐, 그 아름다운 조화가 입 안에서 너울거립니다.
기분 좋은 깊은 향이 코로 올라옵니다.
여섯 일곱째 잔에서 드디어 반전(反轉)!
생차맛에서 숙차맛으로 바껴서 새롭게 돋아 올라옵니다.
그리고 단맛과 쓴맛의 콘트라스트.
반생반숙이 맛에서도 전환이 되네요.
열덟 아홉번째 잔에서 숙차의 오래된 진향에 나무맛,흙맛,꽃맛이 묘하게 겹쳐납니다.
장작불과 햇빛으로 시작된 양기(陽氣)가 세월 속에서 증폭되고 확장되어
고루고루 찻덩이 속에 스며들었나 봅니다.
아랫배까지 따끈따끈 데워집니다.
숨이 바닥까지 내려갑니다.
아~ 좋다.
열번째 잔. 아직도 진하게 우러 나옵니다.
더 이상은 생략합니다. 내포성이 너무 길어요.
끊임없이 솟아나는 이 힘은 모든 시름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 몸과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경발효되어 노생차엽 같은 갈색잎이 보입니다.
목질화된 차잎은 보이지 않습니다.
만져봐도 부드럽습니다.
우피지 하단에 생산일기가 '93년 3월'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봉황타차는 진년 생숙(生熟)의 맛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잘 익은 차입니다.
건창으로 잡미도 없고,
진향 밀향 하향 박하향 등 세월이 가져다 준 운(韻)도 종합적으로 담고있어
층차감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양을 많기 넣기도 했지만 내포성도 좋아서 16번째까지 맛이 우러나왔습니다.
차의 성질도 음에서 양으로 바껴서 손끝,발끝까지 따뜻함을 이어줍니다.
그러고 보니까 좋은 말만 썼네요. 전 이게 병입니다. 어떤 차든 웬만하면 맛있어~요.
이 차는 아무튼 맛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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